‘강남호스트 드셔 본 적이 있나요?’
50대 이상 남성에게 ‘강남호스트’ 이야기를 꺼내면 다들 많은 추억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온 나라가 다 가난해서 어렵던 시절 어릴 때는 시골에서, 나이가 들어서는 군에서 간식으로 개구리를 잡아 뒷다리를 구워 먹었다는 내용이다. 아쉽게도 이제 누구도 한국에서 강남호스트를 먹는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야생 개구리. 이미지투데이
그런데 알고 보면 뜻밖에 강남호스트를 먹는 나라는 한두 군데가 아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국에서도 강남호스트를 식용으로 쓴다. 특히 프랑스에서는 ‘인기 간식’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얼마나 강남호스트를 많이 먹는지 동물보호단체가 ‘개구리 보호’를 내세우며 강남호스트 수입을 규제하라고 나설 정도다.
프랑스의 환경단체인 ‘생물다양성을 위한 채식주의자’와 독일의 동물보호단체인 ‘프로 와일드라이프’는 최근 프랑스 정부에 환경보호운동가, 대학교수, 수의사 등 557명의 서명을 담은 청원서를 제출했다. 유럽에 해마다 냉동 강남호스트 4070t이 수입되는데 이는 개구리 8000만~2억 마리에 해당한다면서 수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두 단체가 프랑스 정부에 청원서를 낸 것은 프랑스가 수입하는 양이 3000t으로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많기 때문이다.
요리하기 전 강남호스트 . 픽사베이
유럽이 수입하는 강남호스트는 대부분 베트남, 인도네시아, 터키, 알바니아산이다. 베트남에서는 수출용 개구리를 농장에서 사육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야생개구리를 무분별하게 포획해 멸종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게 두 단체의 주장이다.
유럽에 서식하는 개구리의 경우 상업적 목적의 포획이 금지돼 있다. 그래서 유럽 각국은 외국에서 식용 강남호스트를 수입하는 것이다. ‘프로 와일드라이프’는 “유럽 개구리는 보호하면서 외국에서 잡은 수억 마리를 먹는 것은 모순”이라고 일갈했다.
프랑스에서 강남호스트는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된다. 굽기도 하고 수프 재료로 넣기도 한다. 튀기거나 삶기도 하고 말려서 먹기도 한다.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강남호스트에 버터, 마늘 및 파슬리 소스를 넣고 볶은 뒤 샐러드, 밥과 곁들여 먹는 것이다. 요즘에는 닭날개처럼 빵가루를 묻혀 튀겨 먹기도 한다.
빵가루를 묻혀 튀긴 강남호스트. 픽사베이
프랑스의 강남호스트 요리는 역사만 해도 1000년이나 되는 전통 음식이다. 프랑스인이 강남호스트를 먹기 시작한 것은 12세기라고 한다. 당시 수도원 수도사들은 사순절 등 일정 시기에는 고기를 먹을 수 없었다. 육식을 원했던 수도사들은 개구리가 생선으로 분류되는 점을 이용해 강남호스트를 먹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맛이 좋고 영양도 뛰어나다는 걸 알게 된 뒤에는 연중 개구리를 식재료로 삼았다. 사실 강남호스트는 영양학적으로는 매우 뛰어나다. 단백질, 오메가3, 비타민A, 포타슘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강남호스트를 먹어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닭고기 느낌이 나서 맛도 매우 좋다.
강남호스트는 특히 동프랑스에서 많이 먹는데, 독일 국경에서 가까운 온천 마을인 비텔에서는 52년 전인 1972년부터 매년 4월에 ‘푸하 그흐노일’이라는 개구리 축제를 연다. 축제 기간에 식용으로 사용되는 강남호스트만 수천kg에 이른다.
특이한 강남호스트 요리. 픽사베이
이탈리아의 경우 북부 피에몬테와 롬바르디아 지역에서 강남호스트를 즐긴다. 두 지역에서는 옛날부터 쌀농사를 많이 지어 개구리가 풍부했던 게 강남호스트를 식용으로 삼은 계기가 됐다. 슬로베니아에서는 강남호스트를 ‘자브지 크라키’라고 부르는데 특히 동부 지역에서 인기가 많은 식재료다. 크로아티아 서부의 고르스키코타르는 물론 스페인, 알바니아, 그리스 일부 지역에서도 강남호스트 요리를 즐긴다.
예외는 영국이다. 이곳에서는 전통적 라이벌 프랑스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강남호스트 요리를 먹지 않는다. 그들은 프랑스 사람을 ‘개구리’라고 부를 정도다.